Emperor! Can You See Stats!? - 166 # Fishing swords
‘긴급 퀘스트!’
갈레우스의 말에 의해 나타난 퀘스트는 다른 것들과 차이가 있었다.
유리우스는 그 점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일단 부르는 존재라는 것이 신경 쓰여. 그의 말에 의하면 부름이라고 표현했지. 그렇다면 지금까지 나타난 퀘스트들도 뭔가 신의 의도가 있는 것인가?’
현재 그가 수행하고 있는 퀘스트는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황실에 드리운 암운] 환 제국의 황실을 조사하라는 퀘스트였다.
두 번째는 [잊힌 신의 교단] 서대륙에서부터 그를 처치하려고 야단이었던 헤임달 교단을 상대하는 퀘스트였다.
그리고 이 두 가지 퀘스트를 관통하는 것은 바로 마교!
그는 마교를 토벌하기 위해 이 동대륙에 왔다.
‘퀘스트에서 남은 시간이 약 백 일이라고 했지? 아직 넉넉한 편이야.’
지금 내려진 퀘스트는 마치 누군가가 그의 입장을 배려해 주는 것 같았다. 시간 배분이 너무 절묘하지 않은가?
‘삼 개월의 시간이라면 동대륙에서 일을 해결하고 가도 늦지 않다!’
유리우스는 결론을 내렸다. 아마 성국을 방문하라고 신탁을 내린 자들도 이것을 염두에 두고 시간을 넉넉하게 준 것이 틀림없다.
그는 다시 시선을 갈레우스에게 향했다. 한참 동안 몸을 떨던 그는 어느새 진정되었는지 다시 꼿꼿이 허리를 펴고 있다.
“그래서 자네는 어찌할 생각인가? 나는 동대륙에서 할 일이 남아 있네. 끝내고 서대륙으로 돌아가서 성국으로 가도 되겠나?”
“모든 것은 신인의 뜻대로 하시면 될 일입니다.”
갈레우스는 고개를 숙였다. 그의 결정에 어떠한 토도 달지 않겠다는 자세였다. 유리우스는 눈에 이채를 발했다.
“그대는 신탁을 받았다고 하지 않았나? 내가 이러고 나중에 성국을 찾아가지 않으면 어쩔 셈이지?”
“그것 또한 신의 뜻이겠지요. 저희에게는 신인을 강제할 권리가 없습니다.”
“호오…….”
유리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이자들은 신인이라는 이름에 절대적인 신뢰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융통성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르겠군.’
“그래서 신탁을 전달한 지금부터는 어쩔 생각인가?”
유리우스는 내심 그가 자신을 도와주리라 확신했다.
‘그 먼 성국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당연히 날 도와주러 왔겠지.’
“황공하오나 신인이시여! 저는 성국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뭐요?”
유리우스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갈레우스는 난처한 표정으로 설명을 시작했다.
“신인께서는 성국으로 가셔서 인정을 받으셔야 합니다. 그 이후에 저희들을 부리실 수 있지요.”
“허…….”
유리우스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어제 정도맹주를 도와준 것은 수하로서가 아니었단 말인가?
“면목이 없사옵니다.”
쿵!
갈레우스는 다시 바닥에 무릎을 꿇더니 고개를 숙였다.
“소인도 도움을 드리고 싶으나 위대하신 분들이 내린 신탁에 그리하라는 말씀이 있으셨습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삼대교단에 동시에 내린 신탁은 이러한 내용이었다고 한다.
[선택받은 자를 찾아라. 그리고 그를 내 앞에 데려와라.]
여기까지는 좋은데 그 다음 내용이 문제였다.
[단! 아직 나의 종들이 그를 섬겨서는 아니 된다.]
“…….”
유리우스는 살짝 김이 샜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기왕에 사람을 보낼 거면 확실히 도와주든가! 신이라고 칭하는 자들이 참 쩨쩨하군.’
눈앞에 있는 갈레우스는 스탯만 봐도 그전까지의 무인들하고는 비교를 불허하는 강자였다. 그가 도와준다면 일이 훨씬 쉽게 풀릴 것을 말이다.
속으로 구시렁대는 유리우스의 귀에 익숙한 음성이 들린다.
[쯧! 안 그래도 복에 겨운 놈이 이제 버스까지 타려고 안달이 났구만.]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황룡은 연신 혀를 차고 있었다.
‘버스가 뭐지?’
* * *
잠시 후.
“그렇다면 적어도 이 동방에서 그대에게 무력행사를 기대하긴 힘들다는 건가?”
“그러하옵니다. 신인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은 부디 용서를…….”
그는 유리우스의 청을 거절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아쉬워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유리우스는 대뜸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그러면 다른 종류의 부탁은 어떠한가?”
“……!?”
“물론 적을 물리쳐 달라는 부탁은 아닐세.”
“무엇이든 말씀만 하소서!”
갈레우스는 반색을 하며 계속 숙이고 있던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신탁에서 금지한 바만 아니라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줄 기세다.
대답을 기다리는 그에게 유리우스가 입을 열었다.
“5단계.”
“5단계라고 하시면…….”
“나에게 가르침을 내리는 것은 수하로서의 행동은 아니겠지?”
유리우스의 부탁은 성장이 멈춘 상태의 그에게 5단계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최근 신기 등을 입수해서 성장하긴 했지만 그의 무인으로서의 성장은 대공을 격파한 이후로 멈춰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일단 4단계 이후는 알려진 길이 없으니 단순 수련으로는 힘든 것 같아.’
그러나 바로 앞에 전설로만 전해지는 5단계의 무인이 있지 않은가? 유리우스는 이 기회에 반드시 다음 경지로 진입할 실마리를 잡아야 했다.
그의 말을 들은 갈레우스는 주름진 얼굴에 한 줄기 의문을 띄웠다.
“외람되오나 한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말해보게.”
“신인께서는 이미 그 경지에 올라계신 것이 아닌지요?”
갈레우스의 시선은 다시 그를 위아래로 훑어본다. 물론 유리우스는 반쯤 4단계를 탈피한 상태긴 했다.
“내 경지는 완전하지 않은 것 같더군. 한번 보겠나?”
솨악!
“흠?”
유리우스가 가볍게 휘두른 검의 궤적이 약 삼십 미터 떨어진 위치의 바위를 깔끔하게 가른다. 대공의 비급을 통해 익힌 공간 절단이었다.
방어가 거의 불가능한 이 비기는 얼핏 만능으로 보였지만 사실 완전하지 않았다.
우선은 범위의 문제였다. 유리우스가 사정권으로 둘 수 있는 범위는 약 삼십 미터, 그리고 힘의 소모도 효율적이지 않아서 금방 지쳐 버린다.
“처음에는 수련으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네.”
그러나 숙련도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 아무리 연습해도 공간 절단의 효율은 영 나아지지 않았다. 유리우스는 이런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미완성 비급, 그리고 깨달음이 수반되지 않고 습득으로 익힌 비기니 어딘가 불완전한 것이 틀림없다.’
“허어… 신인께서 하신 말씀은 이해했습니다.”
여기까지 설명을 들은 갈레우스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을 들어 올렸다.
“제가 깨달은 5단계의 경지는 이런 것을 말합니다.”
스윽.
그는 가볍게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어린아이의 손장난 같았지만 그 손짓의 결과는 놀라웠다.
퍼퍼펑!
“……!?”
방금 전 유리우스가 갈라놓은 바위가 느닷없이 충격음과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 어떤 전조도 없이 손짓만으로 바위를 깨부순 것이다.
“아!”
그 순간 유리우스는 샤르노스 대제를 떠올렸다. 그는 검 한 자루로 멀리 떨어진 산봉우리도 갈라냈다고 전해진다.
‘갈레우스가 한 일은 스케일만 작을 뿐이지, 그와 유사하다!’
규모의 차이가 컸기에 떠올리지 못할 수도 있지만 손짓을 검으로 바위를 산으로 치환하면 경우는 비슷했다. 그것은 바로!
‘그가 손으로 펼친 일격은 공간을 갈라낸 것이 아니야. 공간을 뛰어넘었다!’
그것을 깨달은 유리우스는 왜 공간 절단이 힘의 소모가 막대했는지도 알아냈다.
그것은 그가 억지로 범위를 늘렸기 때문이다. 사실 목표만 깔끔하게 없애면 충분한데 그의 공간 절단은 중간에 걸린 물체도 모조리 잘라냈다. 삼십 미터짜리 커다란 검을 붕붕 휘두르는 것이나 다름없는데 당연히 소모가 클 수밖에 없다.
“흠…….”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그를 보고 갈레우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원리는 이해하신 모양이군요. 역시 신인이십니다.”
“한번 시험해 보겠네.”
유리우스는 신중한 얼굴로 몇 미터 떨어진 작은 나무 하나를 목표로 잡았다.
스윽
“…….”
그의 검이 미약한 움직임으로 허공을 그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유리우스는 혀를 찼다.
“쯧! 역시 쉽게 성공할 리가 없지.”
솔직히 말하면 공간을 뛰어넘는 것은 공간 절단보다도 더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절단은 최소한 가른다는 이미지라도 있지! 검이 순간이동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어떻게 전조도 없이 멀리 떨어진 물체를 벨 수 있지?’
그의 의문을 짐작한 듯 갈레우스가 말을 꺼냈다.
“신인이시여! 방금 전 어떤 생각으로 무기를 움직이셨는지요?”
유리우스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당연히 저 나무를 벨 생각으로 휘둘렀네.”
그 대답에 갈레우스는 고개를 저었다.
“나무는 그 검이 닿는 곳보다 월등히 멀리 있습니다. 어떻게 베어내려고 하셨습니까?”
“그야…….”
유리우스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런 감각을 안다면 진즉에 성공하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갈레우스가 괜히 그런 말을 꺼낼 리가 없었다.
“신인께서는 이미 방법을 아십니다. 포스를 주입하면 간단하지 않습니까?”
“그야 그렇긴 하지.”
그 말대로 나무는 불과 수 미터 떨어져 있을 뿐이었다. 검에 포스를 응집시켜 날리면 충분하다. 동방에서는 강기(劍罡)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른 무인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런 하급(?)기술과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그 의문에 갈레우스는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 둘은 다르지 않습니다.”
“……!?”
유리우스는 더욱 알쏭달쏭한 기분이 되었다. 이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란 말인가?
그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 어느덧 날이 질 때가 되어 주변이 서서히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유리우스는 어두워진 회의실 앞의 마당에서 열심히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휘잉!
하지만 허공을 가르고 지나가는 검은 그 무엇도 가르지 못하고 바람소리만 씽씽 울리고 있다.
‘이건 수련이 아니라 달밤의 체조로군.’
속으로 투덜거리는 유리우스는 갈레우스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떠올려 보았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현명하신 신인께서는 금방 깨달으시겠지요.”
‘현명은 개뿔이…….’
아쉽게도 유리우스는 어떤 깨달음도 얻지 못했다. 그저 목표인 나무를 베는 상상만 열심히 하며 허공에 검을 휘저을 뿐이다. 당연하게도 나무는 껍질 하나 상하지 않았다.
“…….”
휘이잉!
그는 피곤한 표정으로 검을 휘두르는 동작을 이어갔다. 사실 그가 이 정도로 검을 휘둘렀다고 지치는 것은 아니지만 성과가 없으니 심적으로 부담이 되는 것이다.
‘설마 날 놀리려는 것은 아닐 테지?’
어느덧 검을 휘두르는 그의 머릿속은 온갖 잡생각으로 가득 차 수련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실수도 생기기 마련.
팟!
“이런!”
잠시 신경이 다른 곳으로 간 사이 자신도 모르게 검에 포스가 주입되었다. 유리우스는 급히 검의 방향을 틀려고 했으나
서걱!
원래 목표로 지정했던 마당의 나무는 맥없이 잘려 쓰러졌지만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벤다는 생각에 몰두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포스를 움직였나 보군.’
원래 검의 길이보다 멀리 있는 적을 공격할 때는 포스를 사용해 위력과 범위를 늘리기 마련. 잠시 한눈판 사이 평소에 하던 대로 포스를 운용한 것이다.
‘그래. 갈레우스의 말대로 포스를 운용할 수 있으면 이 정도 거리의 나무를 베는 것은 손쉬운데 말이야.’
하지만 그리하면 수련이 될 리가 없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니라 공간을 뛰어넘어 적을 타격하는 수단이었다.
“아무튼 조심해야겠어. 습관적으로 포스를 사용하다 보니 이런 일도 생기는군.”
유리우스 정도의 무인이면 생각이 일어나면 자연스레 포스가 끌어 올려졌다.
이른바 신검합일! 의지가 일어나면 바로 검이 적을 치는 단계였다. 그가 전에 이 단계에 이르고 나서야 대공과 같은 최상위의 초인과 검을 겨뤄볼 수준까지 올라가지 않았는가?
그러나 거기까지 생각한 유리우스는 갑자기 무언가가 떠오른 듯했다.
“가만? 습관? 신검합일?”
그리고 다음 순간.
“아!”
번쩍!
그의 머릿속을 벼락같은 한줄기 생각이 훑고 지나갔다. 무언가 실마리를 찾은 것이다!
스르릉.
유리우스는 다시 마당의 나무 하나를 목표로 잡고 검을 뽑았다.
팟!
서걱!
검에서는 푸른빛 칼날이 돋아나더니 나무를 가볍게 양단했다. 일반적인 포스의 운용이었다. 공간을 뛰어넘는다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셈이다.
“…….”
그러나 유리우스는 실망한 표정을 짓지 않았다. 눈을 돌려 다른 목표를 찾는다. 이번에는 무너진 담벼락이었다.
팟!
서걱!
담벼락 역시 가볍게 잘려 나갔다. 이번에도 평범하게 포스를 운용했으니 실패한 셈. 그러나 이 행동은 쉬지 않고 반복되었다. 그리고 속도도 점점 빨라져 간다.
서걱!
쾅!
쿠르릉!
안 그래도 폐허가 된 회의실이었는데 유리우스의 검이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자 더욱 어수선하게 변했다. 무너진 담벼락과 나무 때문에 뿌연 흙먼지가 피어오른다.
그렇게 유리우스는 몇 시간 만에 수십, 수백을 넘어 수천 번 검을 휘둘렀다. 이런 행동에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마침내 휘두르기가 거의 만 번에 돌입할 무렵 반응이 왔다.
띠링!
[신검합일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역시!’
유리우스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이 맞았던 것이다. 그는 더욱 열심히 검을 휘둘렀다.
부스스.
시간은 어느덧 새벽녘이 되었다. 해가 뜰 무렵에는 유리우스도 슬슬 피곤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만? 아니, 삼만 번쯤 휘둘렀나?’
처음에는 휘두른 숫자를 세고 있었는데 어느새 그것도 잊어버렸다.
[신검합일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이따금 뜨는 숙련도 상승 메시지만이 횟수를 가늠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쉭!
그의 검이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갈랐다. 그리고…….
콰앙!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담벼락에 쩍 금이 가더니 우수수 무너져 내린다. 포스가 주입되지도 않았는데 유리우스의 검이 담벼락을 갈라버린 것이다.
띠링!
[특성: 신검합일의 랭크가 상승합니다(S랭크).]
[플레이어의 직업: 초인(그랜드마스터)이 상위단계 초월자로 변경됩니다.]
[특성–마인드 웨폰이 생성되었습니다.]
“성공이다!”
유리우스는 상당히 지쳐있었지만 제자리에서 뛸 듯이 기뻐했다. 그의 예상이 적중한 것이다.
스륵.
그와 동시에 인기척 하나가 회의실에 나타났다.
“……!?”
“놀랍군요! 아무리 신인이라고 하셔도 몇 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설마 내 수련을 보고 있었나?”
인기척의 정체는 바로 갈레우스였다. 그는 떠난 척하고 몰래 유리우스의 수련을 지켜보고 있던 것이다.
척!
그는 다시 무릎을 꿇고 예를 표했다.
“신인께서 새로운 경지에 진입하신 것을 축하드리옵니다!”
“내 방법이 맞긴 했나보군?”
그제야 씩 웃는 유리우스를 보고 그는 수긍했다.
“그렇사옵니다! 5단계에 이르면 본인이 휘두르는 검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의 검을 휘둘러야하지요!”
[마음의 검]
5단계는 동방에서 이른바 심검(心劍)이라 부르는 전설적인 경지의 초입이었다. 마음이 일어나면 기가 일어나고 거기서 뻗은 마음의 검이 목표를 친다!
신검합일의 가장 마지막 단계에 해당하는 경지인 것이다.
“본래라면 하루에 수만 번씩 무기를 휘둘러도 수십 년의 수련이 필요하지만 역시 신인은 다르십니다! 하루 만에 경지에 오르시다니요!”
갈레우스는 감격하며 몸을 떨고 있었다. 그는 머리가 새하얀 백발이 되어서 이룬 경지를 유리우스는 단 하루 만에 올라선 것이다.
“운이 좋았을 뿐이지.”
멋쩍은 표정으로 그를 보는 유리우스도 찔리는 것이 있었다. 그는 플레이어의 특권을 사용해 이 경지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신검합일은 특성이지! 그러면 숙련도를 올리면 자연스레 경지에 올라서지 않을까?’
그 예상은 적중하여 마음이 일면 포스와 검이 자연스레 움직이는 수련을 한 유리우스는 빠르게 경지로 올라설 수 있었다.
이 경지에 이른 무인은 검을 휘두를 필요조차 없다. 마음만으로도 적을 마음껏 공격할 수 있는 지고한 경지!
유리우스는 이 능력을 시험해보았다. 검을 들어 가볍게 허공을 휘저었다.
쩍!
그로부터 삼십 미터 떨어진 허공에 한줄기의 푸른 선이 그어졌다.
팟!
콰르릉!
선의 범위 안에 있던 굵은 기둥이 잘리며 폐허가 된 건물 하나가 우르르 무너졌다.
놀라운 위력이었지만 결과를 본 유리우스는 살짝 아쉬운 기색이었다.
“범위는 크게 달라지지 않나 보구려.”
그의 마음의 검이 닿는 범위는 공간 절단과 마찬가지로 반경 삼십 미터 정도였다. 그 이상으로 늘리긴 힘든 모양이다.
“허허… 꾸준히 수련하시면 거리는 점차 늘어날 겁니다.”
갈레우스가 너그럽게 그의 투정을 받아주었다. 사실 지금 보여준 것만 해도 믿기지 않은 경지였다.
‘신인께서는 욕심이 많으시구나.’
그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유리우스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삼십 미터는 너무 짧긴 해. 사실 일정 수준 이상의 무인이라면 그 거리에서의 공격은 방비를 하거든?’
상대가 초인정도만 되어도 삼십 미터 밖에서 공격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마음의 검은 분명 놀라웠지만 완전한 방어불능의 기술은 아닌 것이다.
이 정도로 이미 신기 같은 보물을 소유한 유리우스의 전투력이 확 늘어난 것은 아니었다. 5단계라는 경지를 밟은 것치고 아쉬운 점이 남은 상황.
‘더 멀리서 공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간단한 것을 고민하고 있군.]
“뭐?”
황룡이 어떻게 알았는지 심드렁한 어조로 말을 걸어왔다.
[멀다면 가깝게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
“가깝게?”
“네?”
그의 중얼거림을 들은 갈레우스가 의문을 표했지만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 그의 머릿속은 맹렬히 회전했다.
‘가깝게 만들라고? 거리를 좁히라는 뜻인가?’
하지만 그가 다가가면 의미가 없었다. 그럼 황룡은 대체 무슨 의도로 말한 것일까? 유리우스는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황룡의 조언은 항상 의미가 있었다. 입이 험하긴 해도 유용한 검이었지? 검?’
그는 여기서 생각을 멈추었다. 그러고 보니 황룡은 검이었다. 그가 지금 손에 들고 있는 바로 이 검이다.
‘그렇다면 거리를 좁히는 것은!’
번뜩!
유리우스의 머릿속은 순간 눈앞에서 폭죽이 터진 듯 하얗게 변했다. 아까는 단순히 수련 방법을 알아낸 것뿐이지만 여기서는 진짜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신인이시여… 헛!”
갈레우스는 아까부터 혼잣말을 하는 유리우스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다가 눈을 부릅떴다.
번쩍!
유리우스의 손에서 갑자기 검이 사라졌다. 아니 사라진 것이 아니라 폭발적인 속도로 날아간 것이다.
슈아아앙!
그의 손을 떠난 검은 한줄기의 섬광이 되었다. 푸른빛의 섬광이 허공을 가로지른다.
팟!
무아지경에서 펼친 것이라 앞에 무엇이 있는지 신경 쓰지 못했다. 검은 그대로 정도맹 중앙건물의 지붕을 거쳐 하늘로 쏘아졌다.
콰콰콰쾅!
검이 잠시 스쳐 지나갔을 뿐인데 무시무시한 굉음과 함께 지붕이 그대로 뜯겨나갔다. 깨진 기왓장과 부서진 나뭇조각이 사방으로 비산한다.
“뭐야!”
“으헉!”
정도맹에서 가장 높은 그 건물은 수뇌부들이 거주하는 곳이었다. 그들은 잘 자던 와중에 갑자기 지붕이 뻥 뚫리자 기겁하며 하늘을 쳐다보았다.
“습격인가?”
“대체 또 누가!”
하지만 그들은 하늘을 날아가는 섬광을 보고 턱이 빠질 듯 입을 벌려야 했다.
슈아아앙!
검은 직선으로만 날지 않았다. 때로는 곡선으로 때로는 높이 비상했다가 뚝 떨어지기도 했다. 물론 그 속도는 거의 눈으로 쫒기도 힘들 만큼 빨랐다.
그렇게 허공을 유영하는 검을 보고 정도맹의 수뇌부들 사이에서 비명에 가까운 신음이 터졌다.
“설마 저것은!”
“이기어검이다!”
“오오! 내 생전에 저것을 보게 되다니!”
[이기어검!]
달리 어검이라고도 불리는 이 기술은 심검과 함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다고 여겨지던 최고의 무예였다.
이것은 단순히 진기로 물체를 조종하는 허공섭물하고는 차원이 다른 기술이었다. 이기어검으로 움직이는 검은 바람보다 빠르고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비기보다 강력한 힘을 담고 있다.
5단계의 진가는 불완전한 마음의 검이 아니라 바로 이 이기어검이었던 것이다.
“허허…….”
갈레우스 또한 헛웃음만 터뜨리고 있었다. 그는 5단계에 오른 지 십 년이 넘었지만 저런 기술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과연 신인께서는 이 늙은이의 좁은 생각으로는 감히 측량도 할 수 없는 분이시다!’
“…….”
턱!
수십 분이 지난 뒤 황룡검은 다시 유리우스의 손에 잡혔다.
“엇!”
그제야 깨달음의 충격에서 정신이 든 유리우스는 눈앞의 광경을 쳐다보았다.
푸스스.
정도맹의 중앙부에 서 있던 삼 층 건물의 천장이 완전히 붕괴되어 있었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는 것 같았지만 그 범인은 그가 틀림없다.
팟!
그와 동시에 정도맹의 고수들이 우르르 그가 있는 쪽으로 뛰어왔다.
“대협!”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그들은 전설속의 경지를 본 탓인지 은은한 두려움과 존경의 눈빛을 향하고 있다.
“그게…….”
“설마 또 마교의 습격이라도!”
“아니…….”
유리우스는 차마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
“수련하다가 실수했네. 저 건물의 건은 정말 미안하게 되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