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eror! Can You See Stats!? - 178 # Underwater Combat
“뭐, 별것은 아니고, 다음 수로가 조금 험한 곳이라서 말이오.”
교당은 누아다 쪽에 잠시 눈길을 주었다.
“흐흐… 저 친구는 삼협에 들어서면 고생 좀 하겠군그래.”
“삼협?”
“그렇지! 절경으로 꼽히지만 장강에서도 험준하기로 이름난 협곡 지대요.”
장강 삼협은 수많은 절벽으로 둘러싸인 수로였다. 강폭이 좁아져서 유속도 빨라질뿐더러 암초도 많은 곳이라 까딱하면 배가 침몰할 위험도 있었다.
“속도를 늦추긴 할 테지만 급류 때문에 배가 많이 흔들릴 것이오.”
“크흠!”
배가 지금보다 더 흔들린다는 말에 누아다의 안색이 잠시 창백하게 변했다.
“아무튼 그리 아시오. 밤에 지나갈 거지만 우리 수채에는 좋은 뱃놈이 많으니 못 지나갈 것도 없지!”
교당은 그렇게만 말하고 다시 그의 배로 돌아갔다.
진여해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삼협이라면 확실히 경치도 좋고 험한 수로는 맞소. 하지만 굳이 밤에 지나가는 이유가 수상하구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얼굴을 굳혔다.
“조심하는 것이 좋을 거요. 아무 일도 없으면 다행이지만 뭔가 꺼림칙하군.”
솨아아아!
그리고 몇 시간 뒤 그 말대로 척마멸사대를 태운 배들은 삼협에 진입했다. 슬슬 어둑어둑해지고 있어서 무척 위험해 보였지만, 배들은 그대로 협곡으로 진입했다.
유리우스는 물살을 타고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전진하는 배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수상하군.’
교당은 그가 알기로 일행의 안전을 생각해 줄 사람은 아니었다. 그냥 진입 후에 통보하면 될 것을 왜 미리 친절하게 알려 주었을까?
이윽고 주위는 완전히 깜깜해졌다. 들리는 것이라곤 거친 물살이 배에 부딪히는 소리밖에 없었다.
누아다는 선실로 들어가 쉬고 있었고, 다른 배들도 보초를 세운 자를 제외하고는 수면을 취하거나 휴식을 취했다.
그로부터 머지않아 사건은 일어났다.
쿠웅!
우선 교당과 수로맹의 사람들을 태운 선두의 배가 크게 기우뚱하며 비명이 터졌다.
“암초다!”
“이 구간에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는데?”
쿠쿠쿵!
그와 동시에 다른 배에도 동일한 현상이 일어났다. 유리우스가 타고 있는 배도 순식간에 기울며 강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철썩!
뱃전을 때리는 강물을 보며 유리우스는 눈을 빛냈다. 척마멸사대를 태운 배는 수십 척에 달했는데 아무리 암초 지대가 넓다고 해도 이 많은 배들이 동시에 정지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준비를 잘한 것 같군. 자칫하면 나는 몰라도 다른 이들은 큰 낭패를 볼 수 있겠어.’
어차피 병력을 수송하기 위해서는 장강을 통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유리우스가 교당의 음흉한 속내를 알면서도 당해준 것은 일이 급하기도 했지만 별 피해 없이 그를 충분히 제압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에 켜진 횃불을 제외하고는 사방이 깜깜한 상황!
“이거 아무래도 교당 그놈의 계략인 것 같구려.”
급히 뛰어나온 진여해와 누아다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교당을 찾고 있었다.
콰득!
대답은 선체의 아래쪽에서 들려왔다.
콰아아아!
배의 아래쪽부터 검푸른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진여해의 표정이 심각해지며 한마디를 내뱉었다.
“수중전! 강물 속으로 우리들을 끌어들여 몰살시키려고 하는군.”
* * *
“크흐흐…….”
교당은 음침한 미소를 흘리면서 강물 속을 무시무시한 속도로 쏘다니고 있었다. 어두워서 식별하기 쉽지 않았지만 그의 온몸에 그려진 용문신은 특수한 소재를 써서 약한 빛을 뿌리고 있었다.
흡사 그의 몸에 검은 비늘이 돋아난 것 같은 형상이다. 이 모습 때문에 붙은 별호가 바로 수중흑룡이었다. 그 괴상한 모습뿐만 아니라 그는 무림에서 수공의 일인자이기도 했다.
‘초인급의 고수라고 할지라도 물속에서는 결코 나를 당해낼 수 없지! 거기에 이곳은 삼협이니 만약의 수단도 있다.’
물론 교당 또한 뛰어난 고수가 많은 척마멸사대를 단순히 물속에서 상대한다고 몰살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냥 밤에 습격해도 될 것을 일부러 삼협으로 유인한 것은 따로 생각이 있어서였다.
슥.
그는 품 안에서 작은 꼬챙이처럼 생긴 검을 뽑아들었다. 물살을 헤치기 적합하게 만들어진 그 꼬챙이는 시퍼런 빛을 뿜어내며 유리우스가 탄 배의 용골을 꿰뚫었다.
쿠쿠쿠쿵!
배가 크게 기우뚱하는 것을 보고 그는 괴소를 흘렸다.
콰지직!
“헉!”
“이게 무슨 일이야?”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소리가 들린다. 그의 수하들도 물속으로 뛰어들어 각자 바닥에 구멍을 뚫고 있는 것이다.
“크흐흐…….”
이제 몇 분 안 걸려서 척마멸사대를 태운 배들은 모조리 침몰할 것이다. 그리고 물속에 들어온다면 그다음부터는 그의 세상이다.
첨벙!
철썩!
그의 생각대로 구멍이 뚫린 배에서는 사람들이 분분히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그것을 놓칠 그가 아니다.
피이이잉!
그는 물속에 뛰어든 인기척을 느끼자마자 그 방향 쪽으로 꼬챙이를 찔렀다. 물살을 가르며 섬뜩한 예기가 쏘아졌다. 물속에서는 수압 때문에 검의 기세가 죽기 마련이지만 교당의 검은 오히려 물살을 타고 몇 배나 빨라졌다.
카캉!
“응?”
감히 수중에서 그의 공격을 막아내다니? 교당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그 쪽을 쳐다보았다.
“…….”
그의 찌르기를 막아낸 것은 거구의 사내였다. 그는 양팔을 교차시켜 방어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산적 두목! 그놈이로군. 오늘이 네 제삿날이다!’
교당의 표정은 더욱 험악하게 변하더니 물고기처럼 진여해가 있는 쪽으로 쏘아졌다. 뭍이라면 고민을 해봤겠지만 수중이라면 자신 있다.
하지만 진여해라고 가만히 공격을 맞아줄 생각은 없었다. 그는 침착한 표정으로 주먹을 뻗는다.
콰르르!
굉음이 터지며 한 줄기 강렬한 수류가 물속을 질주했다. 목표는 바로 교당의 머리였다.
“……!?”
교당은 급히 고개를 틀어 수류를 피했다. 안 그랬으면 머리통이 박살 났을 것이다.
‘백보신권!’
진여해는 소림의 속가제자 중에 최고의 인재답게 소림의 절학이라는 백보신권을 익히고 있었던 것이다. 잘못 접근했다간 단번에 머리가 터져 나갈 것이다.
한편 진여해 또한 물속에서는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했다. 접근을 허용했다간 교당의 꼬챙이 같은 검에 벌집이 될 수도 있었다.
‘생각보다 만만치 않군.’
각기 산적과 수적의 대장 사이에서는 긴박감이 스쳐 지나갔다.
* * *
이 시각 다른 이들과 함께 물속에 뛰어든 유리우스는 뭘 하고 있었을까?
촤아아악!
“크앗!”
“커헉!”
유리우스의 검에 걸린 수적들의 몸뚱이가 단번에 피를 뿌리며 잘려 나갔다. 그렇게 종횡무진 물속을 누비면서 달려드는 수적들을 상대로 검을 휘두른다.
그들은 대부분 교당처럼 수공을 깊이 익힌 고수들이 많았으나 그 누구도 유리우스를 가로막지 못했다.
그것은 바로 무형신갑 때문이었다. 애초에 물을 다루는데 특화된 신기라 물속에서도 호흡에 전혀 곤란을 느끼지 않았고 오히려 물살을 타고 빠르게 움직일 수도 있었다.
‘괴물 같은 놈!’
‘죽어라!’
씨이이잉!
그들은 각자 수중 전용으로 만들어진 날카로운 병기를 들고 저항했지만 소용없었다.
“크아아악!”
검푸른 물속이 순간 시뻘겋게 물들었다. 그렇게 수십의 수적들을 처리한 유리우스는 배를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가 염두에 두지 못한 것은 그들이 설마 배를 포기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이상하군? 배는 그들에게도 큰 재산인데 모두 침몰시킬 정도로 돈이 많았나?’
어쨌거나 배가 모두 침몰해버린다면 장강을 이용한다는 계획이 상당히 뒤로 미루어진다. 그래서 유리우스는 배에 구멍을 뚫고 있는 조무래기부터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끄아아악!”
마지막 배에 구멍을 뚫는 수적을 처리하고 나서 유리우스는 몸을 돌렸다.
‘반은 건졌다.’
그가 신속하게 움직인 덕에 파손된 배는 절반가량에 불과했다. 이 정도면 수송에 큰 지장은 없을 터.
‘그럼 그 교당이란 놈을 처리하러 가야겠군.’
배가 좀 부서진 것 말고 피해는 없었지만 괘씸한 놈이 아닐 수 없었다.
‘진여해의 말대로 제대로 손을 봐줘야… 응?’
유리우스는 거기까지 생각하다 문득 어딘가 익숙한 기척을 느꼈다.
‘이것은?’
* * *
“킁킁!”
멀찍이서 정지한 배들을 바라보고 있던 자들 중 하나가 바람결에 실려 오는 냄새를 맡는다. 그는 땅딸막한 체구의 노인이었다.
“수적 놈들은 실패한 모양이군. 물속에 뛰어든 놈들이 죄다 죽었어. 쯧!”
“애초에 그런 놈들을 믿었나?”
그에게 핀잔을 주는 사람 역시 노인이었는데 그는 땅딸막한 노인과 반대로 비쩍 말랐다.
“아니? 그래도 최소한 배는 죄다 가라앉혔어야지! 호언장담한 것에 비해 영…….”
“지금부터 다시 침몰시키면 되지 않나? 어려울 것도 없는 일일세.”
냉소를 짓는 마른 노인의 눈가에 살기가 스쳐지나갔다. 그 기색을 읽은 땅딸막한 노인도 어깨를 으쓱했다.
“아주 신이 났군. 그럼 저들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시작하기로 하지.”
그들은 각자 두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 * *
‘이건?’
휘이이잉!
유리우스는 급히 물 밖으로 뛰쳐나왔다. 멀쩡한 배 중 하나에 올라서 급히 하늘을 쳐다보았다.
고오오오!
“끙!”
하늘에 이는 소용돌이를 쳐다본 유리우스는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었다.
[청룡의 기척이군. 저놈들은 신기의 힘을 가진 자를 빵틀에 찍어내듯 만들 수 있는 모양인데?]
황룡이 그의 추측을 미리 알아맞혔다. 황궁에서는 사실 신기를 회수하지 못했다. 그것을 황룡은 이렇게 추측했다.
[수신기를 생각하면 된다.]
‘수신기?’
[그래, 신기를 노출시키지 않고 힘만 전송하는 법을 알고 있나 보지.]
‘그러면 이제 쓰러뜨려도 소용이 없다는 건데…….’
콰아아아!
어느새 소용돌이가 강물까지 내려와서 물을 빨아올리고 있었다. 하늘로 올라간 강물이 빗줄기처럼 사방으로 뿌려진다.
후드득!
빗줄기를 맞으면서 유리우스는 사람을 불렀다.
“배를 뒤로 뺄 수는 없나?”
“대협! 아무래도 단순한 암초가 아닌 것 같습니다.”
남궁일천을 비롯한 정도맹의 고수들이 배를 물리려고 했지만 배는 무언가에 고정된 듯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
철컹!
배를 고정시키고 있는 것의 정체는 바로 굵은 쇠사슬!
삼협에 많은 암초의 사이사이에 쇠사슬을 늘어뜨려 배가 걸리도록 유도했던 것이다. 실로 용의주도한 계책이 아닐 수 없었다.
하나, 삼협으로 유도한 뒤 암초에 걸린 척하면서 배를 침몰시킨다.
둘, 만약에 실패하더라도 쇠사슬에 걸린 배들은 움직일 수 없다.
셋, 마지막으로 마교의 전력을 투입해서 폭풍을 일으켜 배들을 모조리 좌초시킨다.
유리우스와 척마멸사단은 장강 한가운데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된 것이다.
‘위치는 저기인가?’
쇠사슬을 설치한 저 너머에 커다란 용머리를 한 배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마교의 인물들을 태운 흑룡선이었다.
“쯧! 과시하기 좋아하는 교당이 흑룡선을 왜 타지 않았나 했더니 아무래도 마교에게 뺏긴 모양이군요.”
제갈성운이 혀를 차며 유리우스를 쳐다보았다.
“어쩌시겠습니까?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이대로 배를 버리고 도주하면 대부분의 인물들은 목숨을 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장강을 이용해서 물자를 수송한다는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이를 어쩐다…….’
유리우스는 잠시 머리를 굴려 보았다. 상대는 튼튼한 배 위에서 자유자재로 바람을 부리고 있었고 자신은 물속에서 그들을 상대해야한다. 황궁에서 겪은 일을 생각하면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그들을 쓰러뜨릴 수 있다고 해도 배는 모조리 부서질 텐데?’
배를 모조리 잃고 저놈들을 처치하느니 차라리 고수들을 지금 물리는 것이 나았다.
‘흑룡선이라고 했던가? 저 배만 어떻게 하면 방법이 나올 텐데 말이야. 가령 침몰시킨다든가…….’
번쩍!
‘잠깐?’
거기까지 생각한 유리우스는 무언가 떠오른 것 같았다. 그는 급히 제갈성운에게 입을 열었다.
“만약의 경우에는 헤엄쳐서 뭍으로 가게. 나는 일단 싸우기로 하지.”
“알겠습니다.”
첨벙!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유리우스는 다시 물속으로 잠수했다.
* * *
피이잉! 피피피핑!
수십 개의 날카로운 섬광이 물속을 가르고 쏘아졌다. 교당의 꼬챙이였다. 그와 진여해는 십여 분이 넘도록 결판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크흐흐… 산적 놈이 물속에서도 제법이군.’
아직 그의 부하들이 전멸한 것은 소식이 들어가지 않았기에 교당은 느긋하게 진여해를 밀어붙이고 있었다.
콰르릉!
그는 가끔 주먹으로 날카로운 반격을 가하는 것 외에는 속수무책으로 교당에게 밀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기동력이 워낙 차이가 나다보니 섣불리 움직일 수가 없던 것이다.
그러나 교당도 아무리 물속이라지만 초인의 경지에 이른 진여해를 금방 어쩌지는 못하고 있어서 자연스레 교착상태에 빠졌다.
스륵.
그것을 잘 아는 교당은 다시 물속으로 잠수했다. 어두운 물속에서 기습으로 처리하려는 속셈이다.
“…….”
진여해는 눈을 가늘게 뜨고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그를 찾고 있다.
“크흐흐…….”
교당은 괴소를 흘리면서 천천히 거리를 좁혔다. 하지만 그를 기다린 것은 진여해가 아니었다.
‘찾았군.’
솨아아아.
쭈뼛!
교당은 섬뜩한 기척을 느끼며 뒤를 돌아보았다.
‘으헉!’
그의 등 뒤에서는 어느새 유리우스가 있었다.
‘언제?’
하지만 방심할 틈이 없었다. 그는 몸을 뒤집더니 그대로 무기를 찔러 넣었다.
피잉!
하지만 그의 뒤에 있는 유리우스는 태연하게 그의 찌르기를 몸으로 받는다.
스르륵.
‘헉!’
유리우스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공격이 막히자 교당은 당황하며 몸을 빼려고 했다. 그리고 그 순간!
퍼어어엉!
“끄엑!”
교당은 비명을 지르며 물속에서 수면으로 날려졌다. 유리우스가 사용한 마음의 검이 그를 물 밖으로 튕겨낸 것이다.
어느새 유리우스는 교당의 멱살을 틀어쥐고 있었다.
“쿨럭… 쿨럭…….”
연신 피가 섞인 기침을 토해내는 그에게 유리우스가 속삭였다.
“이번에 재미있는 계책을 세우셨더군.”
“사… 살려…….”
“자네가 사는 길은 한 가지밖에 없네.”
급히 변명하려는 교당에게 유리우스가 먼저 말을 잘랐다. 그는 눈짓으로 저 멀리 흑룡선을 가리켰다.
“알아서 가라앉히게 그러면 목숨은 살려주지.”
“……!?”